JISUN SHIN
이로경 작가
Q: 작가로써 어떤 작업들을 해오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R: 저는 이로경이고요, 비디오를 중심으로 공간이나 장소에 개입해서 그 장소의 백락을 바꾼다던지, 장소가 가지고 있는 불균형에 대해서 다시 균형감각을 찾으려는 작업들을 진행해왔습니다. 주로 퍼포먼스가 가미된 퍼포먼스 비디오를 많이 만들었고, 최근에는 영화적인 기법을 사용해서 비디오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Q: 더 윈 아트 하우스라는 공간은 숙박을 위한 장소인데, 이 프로젝트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R: 처음에 호텔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호텔이란 공간을 모텔로 받아들였어요. 호텔이나 모텔은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이 더 고급지고 비싼가의 차이일 텐 데, 사실 저희가 호텔이나 모텔을 종종 가잖아요. 그런데 정말 뜨내기손님처럼 하루 밤 자고 가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면 벌레 한 마리 없고 세균도 전혀 없을 것 같은 박멸 된 상태, 무균 상태의 공간에 들어 온 것 같은, 혹은 인테리어 모델하우스에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사실 저희가 나갈 때는 그렇지 않잖아요. 맥주 캔도 굴러다니고, 휴지도 굴러다니고 어떤 냄새들도 나고 하는데, 또 다시 박멸되고 무균 상태의 무균실로 들어오고. 그렇게 로테이션 되는 그런 공간들이 무슨 플랫폼 같기도 하면서 또 어떤 섬 같기도, 중간 상태 같기도 했어요. 밖의 세상에 살다가 어떤 중간 상태에 왔다가 다시 떠나는 일종의 짧은 여행일수도, 피난일수도, 도피일수도, 잠깐 숨는 곳일 수도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어요. 제가 뉴스를 보면서 늘 생각했던 것은, 왜 범죄자들은 왜 모텔에서 검거가 되는가? 장기 투숙하다가 걸리기도 하고, 어떤 여인과 함께 있다가 검거가 되고. 그런데 그런 생각은 그런 장기 투숙자들, 도망자들이 호텔이나 혹은 모텔에서 30일씩, 두 달씩 있을 때 늘 긴장할까? 아닐 것 같은 거예요. 그 사람들도 도망 와중에 약간의 여행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고, 혹은 이렇게 좋은 호텔에 들어 왔을 때에는 좀 더 쾌적한 도망 생활을 할 수 있고. 그러니까 천국도 지옥도 아닌 것이 약간 연옥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진행하신 작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릴게요.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작업을 하셨나요?
R: 제가 지금 작품을 만든 상태는 아니고요. 호텔 공간에 들어와서 반 레지던시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제목은 <숨겨드립니다>이고요. 천국도 지옥도 아닌, 혹은 여행도 피난도 아닌 어떤 중간 상태의 상황들, 혹은 멸균되기 이전의 기록들을 남겨 놓고, 제가 있는 301호에 그 자료들을 수집하고 모아놓고 여기에 오시는 투숙객들이 그것들을 열람할 수 있게끔 영상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오늘부터 모집을 시작 했습니다.
Q: <숨겨드립니다>라는 기획이 흥미로운데, 어떤 사람들에게 연락이 올 것 같나요? 각자 나름대로 숨으려고 하는 이유는 많이 있을 텐데요.
R: 아마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이 전단지가 오늘 설치한 작업인데. 우선 물어보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유를 불문하고. 단 저한테는 말씀을 해주셔야 한다고 했고, 참여자의 비밀,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통해 비밀을 유지시켜 드린다고 했어요. 사실 숨는다는 말이 어떤 죄가 있어서 숨을 것 같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저희가 숨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부끄러워서 일수도 있고, 또는 바람피우다 걸려서 도망치다 숨을 수도 있고,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범죄자가 오게 되면 곤란하겠지만, 그래서 사전에 예약을 받아 그런 것들은 경찰의 공조 아래 미완의 방지를 하려고요. 숨는 다는 말에 내포 된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다양하게 포착이 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고요. 여러 익명의 사연들을 여기에 오는 익명의 투숙객들이 익명 대 익명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Q: 이번 작업이 다수의 관람객이 아닌 투숙하러 오는 개인 관람자와 어떤 관계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요? 작업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R: 일단 어떤 사람들이 오게 될까, 어떤 사람들이 숨고 싶을까 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궁금증인데요. 사실 어떤 분들은 실제 사건에 연루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좀 추상적이지만 이 세계로부터 숨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해요. 이 복잡함 속에서. 그래서 잠깐이나마 실제로 그분들이 숨으면서 약간이나마 안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