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 어떤 장소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발달이라는 논리에 안타깝게도 그 이전 단계를 지워야 가능했다. 이 전시는 그 발전의 뒤편에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정체되거나 빠르게 변화되는 또 다른 어떤 시간과 어떤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경제개발계획의 중심에서 변화를 이끌었던 문래동의 아버지들, 가리봉 공장지대 남아있는 오래된 나무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변화되고 있는 서울의 곳곳, 재개발지역의 오랜 투쟁을 하는 동네 등 급격한 현대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망각된 서울 곳곳의 장소들이 서로 중첩되며 대조된다.

나무제례 The tree ceremony, 2015

 

Single channel video, 4' 59"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잔존해 있는 도시 속의 나무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이며, 나무와 관련된 전통문화가 어떤 역할로서 현재에 의미가 부여되고 이어가고 있는지 가리봉 측백나무축제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통의 혼성, 끊긴 시간 이어붙이기, 이민자들 융합하기, 지역축제, 지역에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나무에 대한 미신에 대한 이야기가 다큐형식의 영상으로 보인다.같은 시간에 거하면서도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이야기들의 병치를 통해 동시대의 이질적인 감각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펼쳐진 공동체

펼쳐진 공동체- 어린 물, 오래된 바람 

 

Video installation, Variable size, 2015

‘오래된 바람’과 ‘어린 물’은 재개발지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핫 플레이스라는 상반된 뜻을 갖는 듯 보이지만 시간의 속도에 잠시 방치되어 있었던 공간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 곳은 문화와 응결되며 빠른 변화를 하고, 다른 한 곳은 터를 지키기 위한 더딘 싸움이 지속되지만, 자본 논리의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이 두 공간은 공통된 운명체가 된다.

 

어린 물(The young waters)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대표적인 공간인 북촌, 가로수길, 연남동, 삼청동 등은 특정지역에 새로이 유입되는 문화에 의해 다른 색이 가미되면서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지역이다. 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거주했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던 이 공간의 건축물들은 어느새 트랜디한 까페, 음식점 등으로 물리적인 탈바꿈을 하고 리모델링  이라는 동네의 풍경을 낳게 되었다. 지체된 시간과 변화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공간. 느림이 가져온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문화를 로드뷰의 움직임에 따라 ‘미디어 산보’로 정의하고, 연속적인 건물의 형태 바뀜을 통해 문화형성마저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의 속도를 찾아 나선다.


오래된 바람(The old wind)
아직도 진행 중인 뉴타운 개발이라는 담론에 둘러싸인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붉은 깃발을 통해, 멈춰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끝없이 돌려야 하는 것인지, 잠시 쉬고 있는 현재를 보며 터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 본다.

 

오래된 바람  The old wind, 2015

 

Single channel video, 4'18"

공장나무  factory tree
Slide Projection_2015

공장이라는 발전의 논리 중심에 있던 지역에서 발견되는 나무는 자연스러움에서 이탈된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공간이기도 한 금천예술공장 주위를 배회하면서 공장 한 켠, 혹은 공장의 비닐을 뚫고 계속해서 생존하는 나무를 목격하고 수집하였다. 개발이라는 명목에 의해 사라져갔던 나무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제도를 설정하고 최소한의 나무를 지키고자 한 시대의 아이러니를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슬라이드 영상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