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십 년 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포항 근처 내연산에 연산폭포라고 있는데, 거기서 오리 남짓 아래쪽에 보경사가 있고 그 옆에 낡은 여관(아마 ‘연산장'이지?) 하나 있는데, 고은 선생이 ?절을 찾아서?인가 하는 책에다 써두기를 그 여관집에 누워 잠을 청할라치면 그 폭포소리 시끄러워 잠 못 이룬다고 해서, 히야! 그거 진면목이겠거니 잔뜩 부풀어 애써 그 집 찾아 묵는데, 아무리 귀 기울여도 고은이 ‘뻥'친 것이었다. 그 덕에 마누라하고 둘이서 박장대소하고 그이 뻥을 안주 삼아 소주 서너 병 얼마나 맛있게 마셔댔는지 지금도 생생한데, 말하자면 그 고은의 뻥이 이른바 ‘관광(觀光)'의 한 면모를 이루는 것이겠다. 고은의 행실은, 고약하기는커녕, 실지에다가 우주적 규모에서 농을 걸어 뭇 물상을 숭엄한 것으로서 공경해버리는 비장하고도 낭만적인 심미안으로서 가히 습득할 만한 것이었다.

 

신지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동성아파트를 관광지로 만들어버렸다. 하늘이 가꾸어준 자연환경에다가 온갖 인문적 너스레를 더하여 아무튼 ‘보고 즐길만한 무엇'으로 선전해서 돈 좀 벌어보자는 이른바 관광산업이라는 것이 이미 포스트모던 생존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아버린 만큼, 자신의 아파트 단지에 동시대 패션을 입혀 객관화하는 작업은, 아파트 주민들과 더불어, 한 발 비켜서서 자신의 구체성을 새삼스럽게 뜯어보자는 전략으로서 뜻있다.

 

두루 아시다시피 아파트는 ‘존재 그 자체로서 논쟁적'이다. 건축?미술?정치?경제?문화 등 우리 살림살이의 온 영역과 층위에 꿰이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이다. 오죽했으면 한마디로 ‘흉물'이라고 불러버릴까. 어쨌든 오늘 우리가 문제 삼을 건, 신지선이 어떤 태도와 시선과 형식을 가지고 아파트를 보고 문제 삼고 재현하고 비평하고자 하는가이다. 그래서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렇다: 아파트가 동시대적 논점을 제공하는 논쟁 공간이며 문제 영역임은 빤하지만, 신지선은 거기서 어떤 쟁점을 예리하게 끄집어내고 있는가; 아파트가 구성하고 재현하는 공간적?문화적 질서와 위계는 어떤 것이고, 신지선은 그것을 어떻게 비평하는가; 그저 ‘왜 아파트인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층위에서 다룰 것인가. 이렇게 말하니 꼭 작가를 심문하는 것 같으니까, 말을 바꾸어보자: 아파트는 신지선과 우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 아파트는 우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비평하는가; 아파트는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다른 한편에서는, 아파트라는 아주 복합적인 의미의 공간?영역은 누가-어떻게-왜 구상하고 건설하고 실천하며, 우리 살림살이는 그런 일련의 재현주의적 시스템에 의하여 어떻게 정의되고 재배치되는가; 우리의 시선은 아파트-시스템의 시선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 신지선의 <아파트 관광가이드> 작업은 사실과 허구의 딱 중간에 서있다. 기운차게 왔다 갔다 하며 양쪽 옆구리를 푹푹 쑤시고 다니면 좋겠는데, 허구적 내러티브를 가지고 사실의 각질을 별로 안 아프게 꼬집어주고 있는 것 같다. 아파트 주민이나 관리자,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는 네티즌들이 소 눈 껌벅거리듯 엉거주춤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 그러는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가이드 내용이 아파트의 기존 물리적 지점을 동화적 환상으로 슬쩍 비틀고는 그만인데, 조금 더 당차게, 이를테면 고은 투의 뻥, 비장한 쾌활함, 포복절도 끝에 가슴 적셔오는 아련한 아픔 같은 게 있으면 더욱 좋겠다. 문제는, 아이디어에 어떻게 하면 육신을 부여할 것인가, 그거 아닐까.

 

-김학량,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

 

 

10 years ago I traveled to Yeon-san waterfall located at Mountain Naesyeonsan near Pohang city. You can find temple Bogyeongsa about 2km down from the waterfall, where a shabby inn stands; I think it is called Yeonsanjang. Poet Go Eun wrote about the inn in one of his books. He said that the waterfall was so noisy that he couldn’t sleep. I set out to find that place thinking, “Wow, the waterfall is so close! It must be a wonderful place!” However, he lied. No matter how earnestly I listened for it, I couldn’t hear the waterfall. I still vividly remember that my wife and I drank bottles of soju with his lie as a side-dish, laughing aloud. The poet Go Eun’s lie formed one character of sightseeing. Go Eun had a romantic aesthetic that valued cracking jokes about the world, rather than being cynical about it.


Shin Ji-sun made her suburb, Deungchon-dong, Gangseo-gu, Seoul, into a tourist resort. The tourist industry is known to embellish it’s advertising to make more money. In her work, Shin Ji-sun re-imagines her apartment complex and neighbors in a new light. An apartment is disputed even from its being, every area, construction, art, politics, economy, to culture, is involved in that. Some even call apartment complexes “monsters.” What matters is what attitude Shin Ji-sun observes and criticizes the apartment. My question is, although it is clear that an apartment is a place of contemporary dispute, what argument does Shin Ji-sun uncover? What is the spatial and cultural order for the apartment, and how does Shin Ji-sun criticize it? Asked in another way, how does an apartment analyze and criticize us, as a society? How is the apartment changing us? Who planned and built the very complex? How and why did they do it? How is our living defined and realigned by this series of emergent systems? Can our view stand up against the view of this apartment system?


Shin Ji-sun’s “Apartment Tour Guide” stands in between fact and fiction. It would be better if it poked the viewer in the ribs with its fictitious narrative. Maybe that is why maintenance staff, neighbors, or netizens who have looked at the homepage accompanying this performance show doubt about it. The guide just slightly twists the current physical site of the apartment into a fancy illusion. As I mentioned, it would be better if there were like the unique lie of Go Eun, if it had a tragic cheerfulness, and a vague pain seeping into the heart at the end of loud laughing.
 

-Kim Hak-ryang, Curator of Seoul Museum of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