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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서동전>

 

 

 

신지선의 세번째 개인전인 <원서동전>은 인사미술공간이 위치한 원서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2007년 인사미술공간에서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원서동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원서동에 대한 역사적, 건축적, 지역적 연구에서 비롯한 인문 지리학적 접근으로 한국 근대화의 단면을 보여준 바 있다. 2007년의 원서동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원서동에 대한 사적 기억과 개발의 공적 역사에 관한 리서치였다면, 2009년의 본 전시는 작가만의 예술적 개입을 하여 원서동을 재해석한다.

 

신지선 작가가 주목한 원서동은 창덕궁과 담을 대고 있지만, 이웃한 계동, 가회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와집의 풍경을 가지지 않은 공간이다. 대신, 다세대 주택과 궁궐의 정원을 굽어보는 위치에 빌라들이 줄지어 들어선 주거지이다. 이공간이 가지는 정부정책, 주거문화, 건축부자재의 발달을 포함한 서울 도시개발의 역사를 작가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1층' 담을 두른 동네'편에서는 원서동 풍경드로잉이 전시되며, 지하의 '빌라가 생긴 곳' 편에는 2000년대 초반 한옥이 헐리고 빌라가 들어서게 된 과정을 다뤘다. 아카이브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가가 발견한 일상의 즐거움이 존재한다. 2층에서는 '빛으로 기억하는 시간' 편으로 원서동의 건축물 구조와 장식을 유형학적 빛을 이용한 가상 흐름도를 통해 재구성한다.

 

2005년의 <아파트 투어>프로젝트에서 등촌동의 작가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관광가이드'로 탈바꿈했듯이, 본 전시는 원서동의 빌라촌을 관광지로 재맥락화한다. 두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팜플렛은 유사한 포맷을 가지는데, 표지에는 동네의 터줏대감이 모델로 등장하며, 안에는 지역 지도와 함께 작가가 발견한 서울 도시 개발의 단점들이 일상과 만나는 지점들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작가는 다세대 주택의 주차장 셔터 줄무늬에서 다니엘 뷔렝의 작품을 발견한다던가, 과일트럭의 스피커 소리를 이동콘서트로 해석한다거나, 얽혀서 설치된 전깃줄을 스파이더맨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동네의 맛집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팜플렛은 동네 주민에게 배포하는 과정보다는, 커뮤니티 아트의 미학을 차용하려 예술 공간에서 전시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신지선의 작업은 개인적 관찰에서 시작하여 사물의 이면을 읽는다. 일상 속에 실재하는 구체적인 장소들 혹은 물건에 개인적 인식의 의미를 부여하는 프로젝트는 공적 언어에 의해 존재하는 현실 속 지시물을 사적 언어로 제구성하는 하나의 게임이자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밀착시키려는 시도다. 일상을 은유적 경로로 재현하는 작가는 본 전시에서 인사미술공간이 위치한 원서동을 예술적 개입을 통해 재맥락화 한다. 작가는 근대화라는 지역발전계획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해온 원서동의 주거문화의 객관적 데이터에서 출발하여,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인사미술공간의 공간적 커뮤니티가 재구성되며, 서울 도시 개발의 단면을 추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양지윤,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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