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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인어, 바다 The moon, Mermaid, and Sea>


 

작가는 지난 10여년 동안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의 매체를 활 용하여 장소와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역사 전개과정에서 망각 혹은 누락되었던 우리 문화 고유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을 보여주었다. 이번 개인전은 인간과 자연, 과학과 상상, 자본과 욕망 사이의 관계를 표상하는 대상들과 고전에서 발견한 개념어를 연결함으로써, 이질적 시간과 서사를 넘나드는 통로를 제안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잔존하는 모순과 역설을 중첩시켜, 인간의 역사 전반에 대한 논의를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 시킨다.

이번 전시는 <달, 인어, 바다, 2023, 단채널 영상>, <백호소서, 2021, 단채널 영상>, <비/살소리, 2021, 단채널 영상> 3점의 영상 작품과 개별 영상과의 상호작용으로 제작된 신작 드로잉작품으로 구성된다.

<달, 인어, 바다, 2023, 단채널 영상>은 달이라는 미디어에 인간이 부여해 온 다양한 의미를 고전에서 채집하고, 최근 가열되고 있는 달 탐사 산업과 인간의 미지에 대한 욕망을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의 시점으로 은유한다. 본 영상은 바다와 육지의 공간을 오고 가며 자연의 숭고, 아름다움, 지구의 순환에 대한 감각을 열고 달을 들여다본다. SF적인 시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 실패, 경외심 그리고 바다, 땅, 숲에 관한 오랜 상상력을 융합시켜 다양한 시공간이 펼쳐진다.

<백호소서(白狐素書), 2021, 단채널 영상, 10분 12초>는 군사정권기 최고 권력자의 비밀스러운 공간의 발견에서 시작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을 역추적해 나가는 탐사 과정이다. 영상 속 한 인물이 사라진 여우를 찾아 나서며 과거의 시간들과 조우한다. 경제발전이라는 시대의 명분 앞에 가려진 개인의 자유와 이상은 희망을 담은 여우구슬로 빚어지고, 숲의 정령으로 화한 여우의 시선은 거대한 시간의 터널 내부로 우리를 잡아당긴다. <백호소서>는 검은 아스팔트 아래 묻혀 버렸던 역사 속 비가시적 존재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개인, 집단, 국가 사이에 병존하는 해묵은 갈등과 균열에 대한 구조적 상황을 우화적으로 드러낸다.

<비/살소리, 2021, 단채널 영상>은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를 자연의 중요한 신호로 해석한다. 인간과 자연을 매개하는 가장 원시적 형태의 소통법, 몸 밖의 자연의 기운과 서로 교감한 동의보감의 오장육부 건강법, 신형장부도의 하늘과 인간의 비유적 연결 등의 단서로 현재를 재고한다. 지금도 미지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화성탐사 로봇이 전송해 오는 신호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의 접촉을 이뤄낸다.

드로잉 연작 <고향 별 my cosmic hometown , mixed media, 2023>은 영상으로 제작되었던 작가의 자연주의적 풍경을 회화적 매체 실험으로 모색한다. 일상에서 우주와 조우하는 순간인 윤슬을 보며, 먼 옛날 태고적 시간을 상기시키는 사진 드로잉이다. 138억년전 그날 이후, 빛과 함께 탄생한 모든 물질들과 우리가 된 시간을 상상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와 고찰을 가져온다. 드로잉은 영상의 선형적 시간과 공간을 다층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작품의 완성도와 실험성을 가져온다.  ■ 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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