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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간, 어떤 장소'

 

 

  텅 빈 공장지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자석볼 하나가 있다. 귀뚜라미 소리는 밤의 정적을 뚫고, 누군가의 발에 치여 굴러가는 자석볼은 도시의 어둠에 균열을 낸다. 빛나던 형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의 먼지와 이물질을 빨아들여 낡은 것으로 전락해 버렸고, 쓸쓸하게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는 위로라도 건네듯 흘러가는 자석볼에 장단을 맞춘다. 이렇게 시간이 비껴간 공장지대는 낮의 속도와는 다른 밤의 침잠이자 도시의 무의식이다.

  한국경제개발계획의 중심에서 변화를 이끌어가던 화면 속 문래동 공장지대의 모습은 현재를 담고 있지만 그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 듯하다. 여전히 과거의 때를 벗겨내지 못한 채 세월은 야속하게도 한국경제 성장의 주인공이었던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을 지나쳐버렸다. 신지선 작가의 신작 <철의 남자 Iron man>은 그들에 대한 오마쥬 이지만 영상 속 빛바랜 자석볼처럼 녹이 슬어버린 철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은 그래서 ‘시간들 times'이다. 이성과 과학이 인위적으로 구분해놓은 하나의 시간은 다른 장소, 다른 주체들에게 각자의 속도 감각으로 흘러가버리기 마련이다. 각기 다른 시간의 층위를 갖는 장소들, 신지선 작가의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한다.

  장소와 공간에 관해 관찰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작업을 변주해왔던 신지선 작가는 이번 개인전 ‘어떤 시간, 어떤 장소’를 통해 시간이라는 보다 내밀한 문제로 사유의 깊이를 확장시켰다. 급격한 현대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망각된 것들이지만 여전히 삶속에 위치하고 잔존해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가시화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들만이 ‘진짜’라고 확언하지는 않는다. 차이를 가지고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면서도, 속도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켜를 지닌 채 존재하는 것들이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삼으며 작동하는 동시대 문화와의 관계를 들춰내는 것이다.

  일상적인 것들이 가진 힘에 주목하고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왔던 작가가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구체적이다. 급격한 현대화의 주인공이었던 개인적 경험, 흘러가는 시간 속에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같은 자연에 대한 시선, 그리고 개발과 보존의 논리 양 극단에 위치하면서도 결국은 시간의 속도에 묶여진 공동체의 운명을 지닐 수밖에 없는 장소는 급격한 현대화가 만들어 놓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 작품의 매개가 되어 다시 우리 앞에 제시될 때 낯설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도시 개발과 함께 잊혀져있던 서울의 각 지역구를 상징하는 나무와 새, 꽃 등이 지역축제라는 인위적인 제도에 의해 다시 현재로 호출되었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과, 조화와 박제로 상징화한 오브제들의 인조스러운 모습은 한국 현대사회가 발전의 논리 속에서 비동시적인 것들을 동시화 시키는데서 발생시킨 풍경과도 흡사하다. 또한 익숙하게 늘 오고가던 북촌과 서촌의 거리, 일명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태원의 우사단 길이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로드뷰 영상을 통해 인지되는 공간에 대한 감각은 미디어에 의해 재배치되는데,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들은 몸의 감각이 아닌 눈의 감각을 통해 화면 속 공간을 부유한다. 마치 도시를 활보하는 산보자의 21세기 버전인 ‘미디어 산보자’처럼 말이다.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한민국. 발달이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 이전 단계를 지워야 가능하다는 듯이, 발전의 뒤편에는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정체되거나 느리게 흘러가는 또 다른 어떤 시간과 어떤 장소가 존재한다. 어쩌면 작가에 의해 포착된 장소와 시간은 발전이라는 논리가 온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우리세계의 틈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 ‘어떤 시간, 어떤 장소’를 통해 잠시 다른 속도를 경험해 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장서윤 (예술학)

 

 

 

 

 

 

'Sometimes, Someplace'

 

 

 

In an empty industrial town a solitary, magnetic, metal ball shines in the darkness. The chirping of crickets compliments the stillness of night. As the magnetic ball is kicked, the sound of the rolling ball cracks the darkness of the town. A once shining ball that is now weathered and old after accumulating dust and debris from the street. The rolling acoustic provides an accompaniment to the magnetic ball’s journey. Time is inconsequential in the industrial village and here is a place unconscious of outside urban existence.
 

‘Mullae Factory Village’ was one of the leading industrial towns during the ‘Korean Economic Development Plan’ following the Korean War. Our senior generation still stands in the shadow of this glorious economic development.

 

Jisun Shin expresses her sincere yet unpretentious respect to this generation with her new work, ’Iron Man’. We witness many different ‘times’. A singular place can exist as different sites in another time as defined by science and rationality. This is where her story begins, with the concept of multiple layered places.  


Jisun maintains her point of view as an observer, with regards to the places and sites in her exploration. Her observation graduates towards the subject of time in her ‘Some place, some time’ showcase. Referencing a period when rapid urbanization and modernization were experienced, Jisun aimed to visualize the neglected life story of the industrial communities that became alienated and isolated as a result.

 

Jisun juxtaposed this sense of displacement with the idea of physical space, represented in the form of a dimensional, urban cityscape which highlights the aspects of  multiple layered ‘time’ in terms of a relationship with contemporary Korean culture. 

 

Her focal point has been directed towards the influence of personal experience as the protagonist in rapid modernization. Jisun’s view is, like as a sacred tree’s standing on a hill, on observing time, mythology and nature. And her allegory is from monitoring two extremes; development and conservation and to the fragmented local community still locked in between the two. Her practice is to consider this gap between times and logics and then explore this allegory paired with her subjective approach to creative expression.

 

Her work presents ‘modern’ objects that become unfamiliar when placed in a clinical contemporary time and place. The odd presence of expired bureaucratic symbols, such as birds, trees and flowers are standing together. Jisun employs artificial flowers and taxidermy to recall them from past time. Overlapping ‘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 , like Korean modern urban-scape standing in the shadow developmental logics, the bureaucratic symbols exist at the present time in some measure of awkwardness.

 

Bukchon,Seochon and Usadan-gil in Itaewon pose as unfamiliar locations in her work ‘Gentrification’ , depicting perceptions replaced by a digital media entity.Viewers walk through the space with their eyes opposed to their feet. If the Flâneur wandered around cities and stepped on hard cobblestones in modern times, being a 21st century 'Digital Media Flâneur' , viewers stroll through and float around her work relying only on their eyes. 


As an incidental of rapid industrialization, Jisun illustrates the idea that some places and some segments of time could not maintain the speed of this development and that it is easy to forget previous steps, places or moments. Perhaps Jisun found a fragment of captured time and space in the developmental logic of Korean society. The hope is that as observers ourselves, that we can too can experience a different time with this exhibition, ‘Sometime, someplace’.

 

-Chang Seo youn (Art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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